[한국시니어신문] 열심히 일해서 돈을 벌면 오히려 억울해지는 구조가 있었다. 대한민국 은퇴자들이 재취업 시장에서 가장 뼈저리게 느껴온 모순이다.
소득이 생기면 그만큼 연금이 깎이는 감액 제도 탓에, 현장에서는 연금을 온전히 받으려고 고의로 소득을 낮추거나 아예 일자리를 포기하는 일이 반복됐다. 스스로 번 돈으로 스스로의 권리를 깎아내는 구조였다.
2026년부터 이 거대한 족쇄가 마침내 풀린다.
보건복지부는 소득 있는 어르신의 연금 감액 기준을 대폭 완화하고, 노인 일자리를 115만 개까지 확대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2025년 노인 관련 예산은 전년 대비 1조 9000억 원 증가한 24조 4000억 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이번 정책 변화는 단순한 복지 확대가 아니다.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대한민국이 시니어를 '부양의 대상'에서 '든든한 경제 주체'로 다시 세우겠다는 국가 차원의 전략 수정이다. 바뀐 제도의 핵심 구조와 시니어 개인이 쥐어야 할 실전 판단 기준을 면밀히 분석한다.
일하면 연금 깎이던 구조, 어떻게 바뀌나
그동안 시니어 노동 시장을 왜곡해 온 가장 큰 원인은 연금 감액 제도였다.
은퇴 후 다시 생업 전선에 뛰어들었음에도 근로 소득이 일정 기준을 초과하면 연금의 일부가 삭감되는 구조는 근로 의욕을 꺾는 가장 확실한 장벽이었다. 실제로 이 제도 때문에 수많은 중장년층이 최저임금 수준의 단기 일자리만 맴돌거나, 자신의 전문성을 발휘할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는 부작용이 반복됐다.
2026년부터 적용되는 감액 기준 완화는 이 구조적 모순을 정면으로 타파한다. 일해서 번 돈 때문에 연금이 깎이는 불이익을 최소화해, 시니어들이 과거의 전문성과 현장 경험을 살려 양질의 일자리에 적극 도전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이다.
국가 경제 차원에서도 이 변화는 작지 않다. 숙련된 노동력을 시장에 다시 공급함으로써 생산 가능 인구 감소라는 인구 구조적 위기를 방어하는 핵심 전략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더 이상 어르신이 연금을 지키기 위해 경제 활동을 멈추어야 하는 시대는 끝났다. 정책의 무게 중심이 '부양'에서 '적극적 활용'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정확히 읽어야 할 때다.
115만 개 일자리, 숫자보다 '질'이 달라졌다
연금 감액 완화와 맞물려 정부가 제시한 또 다른 핵심 카드는 시니어 일자리 115만 개 창출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일자리의 숫자 자체가 아니라, 일자리가 공급되는 방식과 질적인 변화다. 과거의 노인 일자리가 단순 환경 미화나 교통 통제 같은 저부가가치 공공 근로에 집중됐다면, 이제는 지역 사회의 필수 기능을 담당하거나 기업의 실질적 수요를 채우는 전문 영역으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을 통해 발표된 최근 채용 동향만 봐도 변화는 뚜렷하다. 동부캠퍼스 중장년취업사관학교를 통한 정규직 채용 릴레이, 관악구·강북구 등의 지역복지사업단 모집, 신한라이프케어 같은 대형 민간 기업의 요양보호사 정규직 채용 공고 등은 시니어 일자리가 단순 노무를 넘어 전문 서비스 분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간병비 급여화와 전국 229개소 재택의료센터 설치 완료는 돌봄·요양 산업 전반에 걸쳐 막대한 시니어 인력 수요를 새롭게 창출하고 있다.
과거의 직함에만 얽매이지 않고,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돌봄 산업과 지역 복지 인프라 안에서 새로운 커리어를 개척해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시간을 때우는 일자리가 아니라, 나의 노동이 사회적 가치로 전환되고 그에 합당한 경제적 보상을 받는 진정한 의미의 직업이 시작된 것이다.
역대 최대 예산, 세 개의 수익 파이프라인이 열린다
이 거대한 전환을 실질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은 역대 최대 규모의 노인 관련 예산이다.
2025년 기준 24조 4000억 원으로 책정된 예산은 단순히 복지 지출이 늘었다는 의미를 넘어, 시니어 일자리 직무 교육, 기술 창업 지원, 의료·간병 서비스 고도화에 투입될 막대한 자본이 시장에 본격적으로 풀린다는 것을 뜻한다.
아울러 기초연금 선정 기준액 상향 조정도 반드시 챙겨야 할 변화다. 선정 기준이 높아졌다는 것은 기존에 아쉽게 탈락했던 경계선상의 어르신들도 기초연금 수급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그만큼 커졌다는 뜻이다.
결과적으로 시니어 가계에는 세 가지 핵심 수익 파이프라인이 동시에 열린다.
첫째, 115만 개 일자리에서 얻는 근로 소득. 둘째, 감액 완화로 온전히 지켜내는 국민연금. 셋째, 기준 완화로 추가 확보 가능한 기초연금.
이 세 가지 파이프라인을 다층적으로 구축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완성됐다. 시니어 개인의 노후 재정 전략도 이 세 축의 극대화에 초점을 맞춰 전면 재설계되어야 할 시점이다.
지금 당장 확인해야 할 세 가지
첫째, 자신의 예상 국민연금 수령액과 현재 근로 소득의 합산을 즉시 계산해보자. 2026년 제도 개편 이전에 현재 감액 구간을 확인하고, 재취업 시 목표 소득 기준을 스스로 명확히 설정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둘째, 서울시50플러스재단 등 공공기관의 중장년 취업·직무 교육 공고를 매주 정기적으로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자. 민간 기업과 연계된 현장 채용 설명회는 일반 구직 사이트보다 합격률이 높고, 직무 환경이 사전에 검증된 경우가 많아 구직자에게 훨씬 유리하다.
셋째, 변경된 기초연금 선정 기준액에 본인의 재산·소득 환산액이 부합하는지 주민센터 또는 복지로 누리집(www.bokjiro.go.kr)을 통해 즉시 재평가받아야 한다. 혼자 짐작으로 신청조차 포기하는 것이 노후 재정 관리에서 가장 큰 실수다.
놓치기 쉬운 함정, 반드시 알아야 한다
연금 감액 기준이 완화된다고 해서 모든 부담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근로 소득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이 박탈되고 지역 가입자로 전환돼 건강보험료가 급격히 오를 수 있다. 취업으로 인한 소득 증가분과 건강보험료 추가 부담을 사전에 반드시 비교 계산해야 실질 가처분 소득 감소를 막을 수 있다.
또한 115만 개라는 숫자에 이끌려 본인의 역량과 무관한 일자리를 무작정 선택하는 것도 위험하다. 단순 노무직은 잦은 부상과 체력 소진으로 장기 근속이 어렵다. 초기 진입 장벽이 조금 있더라도 직무 교육을 통해 요양보호사, 지역 복지 서비스 등 전문성을 쌓을 수 있는 분야를 선택하는 것이 나이와 무관하게 오래 일할 수 있는 진짜 평생 커리어를 만드는 길이다.
시니어 노동 시장의 구조가 바뀌고 있다. 제도의 변화를 정확히 이해하고,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어르신이 노후를 스스로 설계하는 시대다.
[한국시니어신문 김규민 기자] dailyk@ksenior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