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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베르토 에코가 영감을 준 오징어게임

초고령사회로 달려가는 한국의 미래는
이탈리아의 고령 인구 증가를 다룬 움베르토 에코의 에세이가 한국에 시사하는 바는

[한국시니어신문]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이 미국 에미상에서 감독상과 남자주연상을 비롯해 6개 부문에서 수상했다. 이 드라마를 연출한 황동혁 감독은 인터뷰에서 움베르토 에코의 책 <미친 세상을 이해하는 척하는 방법>에 수록된 ‘늙은이들이 살아남는 방법’이라는 에세이에서 <오징어게임>의 영감을 얻었다고 밝혔다.

 

 

자극적인 제목이지만 ‘늙은이들이 살아남는 방법’에는 고령사회가 되어가는 서방 세계의 여러 단면을 지적하고 있다. 고령사회를 지나 초고령사회로 달려가는 우리나라에도 여러 시사점을 준다.

 

움베르토 에코가 조언한 늙은이들이 살아남는 방법은?

 

움베르토 에코(1932~2016)는 이탈리아의 기호학자이며 미학자이다. 세계적으로 인기를 누리는 소설을 쓰기도 했다. 또한 에코는 촌철살인의 풍자로 사회 현상을 날카롭게 비판하는 에세이를 많이 남겼는데 2011년에 쓴 ‘늙은이들이 살아남는 방법’도 그중 하나다.

 

에코는 이 글에서 세상이 요한계시록에서 예언한 대로 흘러가는 것은 아닌지 우려한다. 그는 먼저 “노인의 수가 젊은이를 점점 추월하고” 있는 이탈리아를 사례로 들며 고령사회에서 드러날 현상들을 나열한다.

 

예전에는 “평균 예순”이면 죽었는데 지금은 “아흔까지” 사는, 그래서 “연금과 사회 보조금을 30년이나 더 받아먹는”, 그런데 “연금과 사회 보조금은 젊은이들이” 부담해야 하는, 즉 “젊은이들이 열심히 일해서 수많은 노인을 먹여” 살려야 하는 상황임을 설명한다.

 

하지만 공공 기관이나 민간 기업에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노인들 때문에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구하기 힘든 현실도 지적한다. 이런 현상은 젊은이들이 “어쩔 수 없이 은퇴한 부모나 조부모에게 손을 벌려야”하는 “비극”으로 이어진다고 에코는 담담히 서술한다.

 

다음 대목부터는 에코의 상상이 펼쳐진다. 세상에 젊은이보다 노인이 많아지는 현실을 극복하기 위하여 “젊은이들이 자식 없는 노인들을 죽이는” 방법을 동원한다는 것이다. 상상일 뿐이지만 발칙하고 잔혹하다.

 

노인들은 가만히 있을까? 처음에는 자신들을 죽이는 “잠재적인 킬러”의 탄생을 미리 방지하기 위해 “자식을 낳지” 않는 방법을 선택한다. 그 결과 “젊은이의 숫자는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게 되고 급기야는 힘 있는 노인들이 “전쟁을 부추”기는 방법 등으로 젊은이를 “이 땅에서 싹쓸이”하는 방법까지 동원할지도 모른다고 에코는 상상한다.

 

그렇게 이탈리아가 “젊은이는 거의 없고 노인들만 북적거리는” 나라가 되면 어떤 모습일까? 에코는 이제 현실을 돌아본다. 이탈리아가 비록 젊은이가 없는 나라이지만 그들을 대신해 누군가가 일하면 된다며 대안도 제시한다.

 

그 대안은 이민자다. 에코는 “저임금과 고된 노동에” 익숙한 이민자들이 이탈리아 노동 현장의 빈자리를 메울 것이라고 본다. 이탈리아의 도시는 백인 노인들이 사는 거주지와 유색 이탈리아인들이 사는 도시 빈민가로 나뉠 것이라고도 예언한다.

 

그런데 움베르토 에코가 10여 년 전에 예언한 것들은  현재 이탈리아뿐만 아니라 서유럽 등 선진 국가들에 나타나는 현상이기도 하다.

 

에코가 지적한 고령사회의 어두운 이면은 우리나라에도

 

<오징어게임>의 황동혁 감독은 움베르토 에코의 ‘늙은이들이 살아남는 방법’ 중 어떤 대목에서 어떤 영감을 얻었는지 밝히지는 않았다. 다만 에코의 글에 나타난 세대나 계층 간 갈등에서 야기되는 증오를 ‘프레임’에 담아 서로에게 표출하는 것에서 따오지 않았을까 예측해 본다.

 

그런데 2011년에 움베르토 에코가 묘사한 이탈리아의 사회 현상에서 지금 우리나라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은 기시감이 들기도 한다. 아마도 고령사회의 일반화된 모습이어서 그렇지 않았을까.

 

우리나라는 이미 고령사회를 지나 초고령사회로 달려가고 있다. 유엔은 고령인구 비율이 7%를 넘으면 고령화사회, 14%를 넘으면 고령사회, 20% 이상이면 초고령사회로 분류한다. 한국은 2000년 고령화사회에 진입한 지 17년 만인 2017년에 고령사회로 들어섰다. 통계청은 2019년 장래인구추계에서 2025년이면 초고령사회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통계가 아니더라도 움베르토 에코가 묘사한 이탈리아처럼 한국도 이미 젊은이보다 나이 많은 사람이 더 많이 사는 나라가 되어가고 있다. 노인 복지가 법에 명시되어 있는 우리나라에서 노인이 많아지면 국가 재정에 부담되는 것은 사실일 것이다. 사회보험으로 보장된 연금이나 요양보험도 재원과 운용의 한계를 지적받는 것도 사실이다.

 

지난 9월 5일 통계청은 ‘세계와 한국의 인구 현황 및 전망’에서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올해 17.5%에서 2070년 46.5%로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다음 날인 6일에 KDI는 노인 연령 기준 상향, 즉 노인 연령 기준을 10년에 한 살씩 올리자고 제안했다.

 

하루 차이로 나온 두 기관의 발표가 비록 내용은 다르지만, 그 철학의 궤는 같은 것으로 보인다. 노인 연령 기준을 상향하면 정책 대상이 줄기 때문에 같은 예산으로 더 많은 복지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정책적 의도가 보이는 것. 여기에는 노인에게 들어가는 예산을 더 젊은 계층에게 돌릴 수 있다는 정치권과 관료들의 세대에 관한 인식도 보인다.

 

이에서 보듯 우리나라는 세대 간 갈등을 정치의 원동력으로 삼을 때가 많다. 에코가 상상한 것처럼 서로의 증오를 프레임에 담아 서로를 공격하게 만들면 자기의 정파에 유리할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초고령사회로 달려가는 한국의 미래는?

 

한편으로 이민자가 경제의 한 축을 맡은 현실은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한국인이 맡기 싫어하는 일들을 이주노동자들이 차지했다. 그런데 지금은 흔히 말하는 3D 업종에 몰려 있지만 앞으로는 그 양상이 크게 달라질지도 모른다. 어쩌면 흉부외과나 산부인과에 가면 다른 나라 의사들을 만날 수도 있는 것.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외국인 전문가들의 보살핌을 받는 계층도 있겠지만 기피 업종에서 일자리를 두고 경쟁해야 하는 계층도 생기지 않을까 하는. 그래서 더욱 촘촘히 챙기는 정책과 지원사업이 필요한 이유다.

 

[한국시니어신문 강대호 시니어 전문 기자] dh9219@ksenior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