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시니어신문] “변화하고 새로운 세상에 뛰어들기 위해선 문지방을 넘어야 해요. 문지방을 넘는다는 건 단지 방을 나가는 게 아니라 내가 변해야 하는데, 그게 여행이라고 생각했어요.”
시니어 여행설계사 한경표 소장이 말하는 인생 2막을 시작하게 된 이유다. <한국시니어신문>에서는 한 소장을 만나 시니어들이 여행을 해야 하는 이유와 함께 그의 인생 3막 계획을 들어봤다.
▲ 공군대령으로 전역했는데, 어떻게 인생 2막을 시니어 여행설계사로 방향 전환하게 됐는지 궁금합니다.
평생을 국가와 민족을 위해 임무를 다한다는 생각으로 살아왔는데 그러다 보니 너무 열심히 살아온 것 같아요. 국가의 녹을 먹는 사람으로서 국가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받쳐 일해야겠다’ 생각하고 열심히 살았던 것 같아요.
전역 이후에도 이전과 같은 군사 관련, 제가 전공했던 무기 체계 관련 여러 일을 하면서 머리가 너무 아팠어요. 그러다 보니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게 너무 제한돼 있었습니다.
젊은 시절에 잠깐 미국 유학을 간 적이 있었어요. 그러면서 미국이 어떻게 그렇게 잘 살고 강대국이 됐나 하는 부분에 굉장히 관심이 많았어요. 그래서 젊은 시절부터 ‘미국을 알아보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특히, 아름다운 국립공원 같이 좋은 곳이 너무 많아서 그런 곳들을 돌아다니고 싶은 꿈이 있었어요.
그래서 2011년 대령으로 예편하고, 만기 제대를 하면서 이제 민간인으로 33년 만에 전역을 하면서 마음먹게 된 거죠. 이때 미국 횡단을 해야겠다는 꿈을 꿨어요.
그래서 40일간 아내하고 둘이 무작정 미국을 간 거예요. 그때 놀라운 게 뭐였느냐면 부인과는 난생 처음으로 여행을 간 거예요.
군인들은 사실 거의 퇴근이 없다시피 하잖아요. 그래서 부인과 24시간 있는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어색했어요.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일이었던 거죠.
처음에 갈 때는 두 달을 계획하고 갔어요. 그런데 여행을 다니던 중 한국에 와야 할 일이 있어서 40일만에 왔거든요. 근데 한 일주일간은 굉장히 어색했어요. 부인이랑 계속 같이 있는 것이요.

▲ 아내도 어색해하던가요?
- 집사람은 안 그렇죠. 저만 어색했어요. 할 얘기도 별로 없는 것 같고. 그러다 일주일만에 ‘이렇게 좋은 친구가 내 옆에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면서 지금까지 살아왔던 얘기를 하게 되잖아요.
그런데 제가 모르는 얘기가 60%가량 되더라고요. 가족을 이끌고 애들을 키우고 이런 얘기들을 쭉 하는데 ‘아 내가 너무 내 삶에 충실했구나’ ‘너무 이기적으로 살았구나’ 하는 걸 그때 느꼈죠. 그래서 이제 처음으로 가족에 대한 애틋한 감정을 느끼게 된 거죠.
미국을 알려고 여행을 했는데, 이것보다 아내를 알게 된 게 가장 좋았어요. 여행에서 가장 크게 얻게 된 것이 아내의 소중함을 알게 된 거에요.
▲ 그게 2019년이잖아요. 3년 전인데, 그 당시에도 스마트폰을 잘 하던 상황인가요?
- 관심은 있었는데 스마트폰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면서 기능까지 다 알고 이런 건 아니었어요. 이전에 여행 준비를 할 때는 컴퓨터를 많이 이용했어요.
그런데 데스크톱을 들고 갈 수도 없어서 ‘핸드폰을 한번 해보자’ 생각했어요. 그러면서 앱에 대한 강의를 듣기 시작했고 앱들을 하나씩 섭렵하기 시작했어요.
맨 처음 시작한 건 구글 맵이에요. 왜냐하면 로드트립을 해야 하니까 지도 앱을 꼭 읽을 줄 알아야 했죠. 그래서 계획을 구글 맵으로 짠 뒤 모바일에서 볼 수 있도록 했어요.

▲ 원래 새로운 길을 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없나요?
- 새롭게 도전하는 걸 좋아해요. 제가 제일 존경하는 사람이 고 정주영 씨에요. 그 분이 “해보긴해봤어?”라는 말을 했었잖아요. 그런데 사실 우리 세대 그리고 저처럼 사관학교에서 틀에 박힌 교육을 받은 사람들은 새로운 걸 잘 못해요. 시키는 일만 해왔으니까요. 사실 저는 그렇게 살아왔어요.
그렇게 살아왔는데 이제 제 인생을 꾸려나가면서 ‘나를 바꿔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내가 변화하고 새로운 세상에 뛰어들기 위해선 문지방을 넘어야 해요. 문지방을 넘는다는 게 단지 방을 나가는 게 아니라 내가 변해야 하고, 그게 도전이라고 생각했어요. 또 내가 자신감을 가진 후에는 이를 알리고 전파하는 일을 하자고 생각했어요.
▲ 운영 중인 시니어 여행 클럽에 대해서도 소개해주세요.
- 시니어 여행 클럽은 제가 아이디어를 내서 만들어졌어요. 강연이나 모임에서 만난 여행 좋아하는 사람들과의 비공식적인 모임들이 몇 개 있었어요. 거기서 제가 리더 역할을 했어요.
이들에게 여행에 대해 알리고 같이 배워서 여행을 떠나면 좋겠다고 생각해 시니어 여행 클럽을 만들게 됐어요.
6주가 소요되는 프로그램을 짰어요. 교육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마음을 전환하는 거잖아요.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줄 수 있는. 그래서 동기부여를 제일 먼저 하자고 생각해서 처음에 2주 정도 동기 부여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했어요.
이렇게 자신감이 붙으면 여행에도 자신감이 붙을 수 있어요.

▲ 누구나 여행을 꿈꾸지만 실행에 옮기기엔 여러 제약이 있습니다. 혹시 경제적인 자유가 있어서 가능한 건 아니었나요?
- 자유로움은 아니고요. 사실은 기본적으로 연금이 있으니까 기본 생활은 할 수 있어요. 여기에 조금만 더 보태면 그렇게 윤택하지는 않더라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그런 삶을 살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여유가 있어서 여행을 가는 건 아니다. 연금은 최저 금액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지 그걸 이용해 호화로운 생활을 하라고 주는 건 아니거든요.
저는 삶의 가치를 체험에 두고 있어요. 사람이 중심을 두는 가치는 소유와 체험 두 가지로 나눌수 있는데, 저는 소유가 아닌 체험에 우선순위를 둔 거에요. 그 체험이 여행인 거죠.
만약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먼저 하고 나머지 돈으로 여행을 가야겠다고 생각하면 절대 못 갑니다. 저는 여행 경비를 전부 모았어요. 남는 돈으로 간 것이 아니라요.
은퇴 이후에 옷을 돈을 주고 사본 적이 거의 없어요. 있는 입을 고쳐 입고, 당근마켓에서 사고 그래요. (웃음) 여행이 우선이기 때문이에요.

▲ 향후 계획이 어떤지 궁금해요.
- 원래는 올해 여행을 계획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완화되지 않으면서 준비만 1년 넘게 한 것 같아요.
미국 본토에 48개 주에 51개의 국립공원이 있는데 그중 24군데를 갔어요. 나머지 국립공원도 모두 가보고 싶어요. 그래서 내년에 미국 여행을 가는 게 첫 번째 버킷 리스트에요.
그리고 80세에는 결혼 50주년을 맞이해 리마인드 여행을 하고 싶어요. 또 세계 일주를 한번 꼭 해보고 싶어요. 무작정 떠나는 것이 아니라 1년 정도 계획을 짜서 가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여행 학교를 꼭 세우고 싶어요. 여행 학교를 캠퍼스처럼 운영하는 거죠. 시니어들이 보고 싶은 사람을 만날 수 있도록 폐교를 하나 빌려 캠퍼스 등록을 하고 싶어요. 학교 학생으로 등록해서 여행 정보를 얻고 여행 강의도 듣고 여행 계획도 짜는 클럽을 만들고 싶어요.
여기에서 시니어끼리 동아리를 만들어 여행 계획을 짜고 책방에서 여행 정보들을 읽을 수 있도록 할 거에요. 이를 위해 여행 관련해서 강의해줄 사람들을 계속 리스트업을 하고 있어요.
[한국시니어신문 김신우 기자] kkm@ksenior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