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을 짓눌러온 ‘의무’라는 이름의 가방
대한민국의 시니어 세대는 그 누구보다 치열한 ‘의무’의 시대를 살아왔습니다. 전후의 가난을 극복하고, 자녀를 뒷바라지하며, 사회적 성취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것을 당연한 미덕으로 여겼습니다. 그들에게 삶이란 ‘내가 무엇을 원하는가’가 아니라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끊임없는 답이었습니다. 부모로서, 가장으로서, 혹은 조직의 일원으로서 부여된 역할에 충실하느라 정작 자신의 이름 석 자와 그 속에 담긴 갈망은 서랍 깊숙이 넣어두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든 시니어들에게 가장 필요한 변화는 바로 이 삶의 문법을 바꾸는 것입니다. ‘해야 한다(Must)’의 관성에서 벗어나 ‘하고 싶다(Want)’의 활력으로 삶의 궤도를 수정해야 합니다. 왜 우리는 이제야말로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야 할까요? 그리고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그런 삶을 살 수 있을까요?
1. 왜 ‘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살아야 하는가?
인생 후반전에 ‘하고 싶다’는 동기를 회복해야 하는 이유는 단순히 즐거움을 찾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그것은 생존의 에너지이자 존재의 가치를 증명하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내적 동기는 노년의 건강을 지키는 천연 영양제입니다
의무감으로 하는 일은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에너지를 소모시키지만, 자신이 원해서 하는 일은 뇌의 도파민 분비를 활성화합니다. ‘하고 싶다’는 설렘은 신체적 노화를 늦추고 인지 기능을 유지하는 데 강력한 천연 영양제가 됩니다. 즐거운 일을 할 때 우리의 몸은 가장 건강한 상태를 유지합니다.
유한한 인생에서 가장 가치 있게 시간을 쓰는 법
남은 생의 시간은 누구에게나 한정되어 있습니다. 이 귀한 시간을 타인의 기대나 사회적 체면을 차리기 위한 ‘해야 하는 일’들로 채우는 것은 영혼에 대한 실례입니다. 진정으로 원하는 일을 할 때라야 비로소 시간은 허무하게 흐르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속에 아름다운 추억으로 ‘쌓이는 것’이 됩니다.
타인의 조연에서 내 인생의 당당한 주연으로
평생을 남을 위해 살아온 시니어가 이제라도 자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이기적인 행동이 아닙니다. 오히려 한 인간으로서 태어나 자기 자신으로 온전히 존재해 보는, 인생에서 가장 숭고한 과업을 수행하는 과정입니다. ‘나다운 삶’을 완성하는 것이야말로 인생 후반전의 진정한 목표여야 합니다.
2. ‘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살기 위한 세 가지 실천 방안
그렇다면 평생을 ‘해야 한다’는 틀 안에서 살아온 우리가 어떻게 하면 ‘하고 싶다’는 마음을 발견하고 이를 실천에 옮길 수 있을까요? 다음의 세 가지 단계로 그 변화를 시작해 볼 수 있습니다.
첫째, 타인의 안경을 벗고 ‘내면의 자신’을 대면하십시오
우리가 ‘해야 한다’고 느끼는 많은 일은 사실 ‘남들에게 어떻게 보일까’라는 걱정에서 기인합니다. 시니어들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사회적 가면(페르소나)을 내려놓는 것입니다. 자신에게 이렇게 물어보십시오. “만약 아무도 나를 보지 않는다면, 나는 무엇을 할 때 가장 즐거울까?” 어린 시절 좋아했던 그림 그리기, 악기 연주, 혹은 그저 정처 없이 걷는 일이라도 좋습니다. 생산성을 따지지 말고, 오로지 내 마음이 반응하는 지점을 찾아 매일 10분이라도 그 시간을 누리십시오.
둘째, 사소한 선택권부터 ‘나의 욕망’에 투표하십시오
거창한 인생의 목표를 바꾸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일상의 미세한 선택들입니다. 오늘 점심에 무엇을 먹을지 결정할 때조차 우리는 습관적으로 남의 눈치를 보거나 익숙한 것을 고릅니다. 이제부터는 사소한 순간에 잠시 멈춰 서서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싶은가?”라고 질문하십시오. 늘 먹던 메뉴가 아니라, 오늘따라 유독 당기는 음식을 고르는 작은 연습이 쌓여야 ‘내 삶의 주인은 나’라는 효능감이 회복됩니다.
셋째, 불필요한 의무는 거절하고, 남은 의무엔 ‘의미’를 입히십시오
삶의 모든 의무를 한순간에 저버릴 수는 없습니다. 손주 돌보기나 가사 노동이 여전한 현실일 수 있습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그 일을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짐’으로 두지 않는 것입니다. 계속해야 할 일이라면 “손주를 통해 사랑의 가치를 배운다”는 식으로 나만의 ‘의미’를 재정의하십시오. 반대로, 단지 관습 때문에 억지로 해야하는 일이 있다면 과감히 ‘노(No)’라고 말하십시오. 불필요한 의무를 솎아낼 때, 진짜 하고 싶은 일들이 들어설 자리가 생깁니다.
가장 보람 있는 삶은 결국 ‘나답게’ 살다 가는 삶입니다
인생의 후반전은 ‘완성’의 시기이지 결코 ‘쇠퇴’의 시기가 아닙니다. 지금까지 세상을 위해 헌신하며 쌓아온 지혜와 경험을 이제는 오롯이 나 자신의 기쁨을 위해 써야 할 때입니다. ‘해야 한다’는 무거운 배낭을 내려놓고 ‘하고 싶다’는 가벼운 운동화로 갈아 신으십시오.
내가 즐거울 때 세상은 나를 통해 더 밝은 에너지를 얻습니다. 내가 행복한 시니어가 될 때, 후배 세대들 또한 노년이 두려움이 아닌 기대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시작하는 당신의 오늘이, 그 어떤 위대한 업적보다도 값지고 보람찬 인생의 진짜 시작이 되기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 외부 필자의 칼럼 및 기고 등은 한국시니어신문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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