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니어신문] 시니어 창업의 실패는 흔히 개인의 준비 부족이나 판단 착오로 설명된다. “은퇴 후 무리한 도전이었다”거나 “시장을 너무 낙관했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그러나 반복되는 실패 사례를 구조적으로 들여다보면, 문제의 핵심은 개인의 역량보다 정책 설계에 가깝다. 시니어 창업의 다수는 시작 단계에서 이미 실패 가능성이 내재된 구조 위에 놓여 있다.
현재 한국의 시니어 창업 정책은 ‘창업을 시작하게 만드는 것’에는 비교적 적극적이다. 창업 교육과 컨설팅, 소액 자금 지원 등 접근 가능한 제도는 적지 않다. 문제는 창업 이후다. 실제로 폐업이 집중되는 시점은 개업 직후가 아니라 일정 시간이 지난 뒤다. 매출이 안정되기 전까지 고정비가 누적되고, 생활비와 사업비가 동시에 압박하는 구간에서 상당수 시니어 창업자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한다. 이 시기는 개인의 노력만으로 넘기기 어렵지만, 정책적으로는 거의 방치돼 있다.
시니어 창업자는 청년 창업자와 출발 조건이 다르다. 실패 이후 재도전이 쉽지 않고, 한 번의 실패가 노후 전체를 흔들 수 있다. 그럼에도 정책은 여전히 ‘도전과 실패는 개인 책임’이라는 청년 창업 논리를 그대로 적용한다. 실패 비용이 낮은 집단을 전제로 설계된 논리가 시니어 창업에 그대로 적용되면서, 실패는 구조적으로 확대된다.
업종 선택 과정 또한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 시니어 창업자 상당수는 외식업, 프랜차이즈, 편의점 등 경쟁이 과열된 업종으로 유입된다. 진입 장벽이 낮고 정보 접근이 쉽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업종들은 가격 경쟁이 치열하고 체력 소모가 크며, 디지털 운영 역량이 성패를 좌우한다. 시니어가 오랜 기간 축적한 경험 자산이 경쟁력으로 작동하기 어려운 구조다. 정책은 ‘쉽게 시작할 수 있는 업종’과 ‘오래 유지할 수 있는 업종’을 구분하지 않는다.
또 하나의 구조적 한계는 시니어 창업을 단독 창업으로 전제한다는 점이다. 창업자는 영업, 회계, 행정, 마케팅, 디지털 관리까지 모든 역할을 혼자 감당해야 한다. 협업이나 역할 분담을 전제로 한 설계는 정책에서 거의 고려되지 않는다. 이는 창업자의 고립을 심화시키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외부에서 개입할 여지를 줄인다. 실패는 결국 개인의 판단 미스로 귀결된다.
정책 성과를 평가하는 방식 역시 문제다. 얼마나 많은 창업이 이뤄졌는지가 주요 지표로 활용된다. 그러나 창업 이후 얼마나 유지됐는지, 어느 시점에서 무너졌는지에 대한 분석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정책이 숫자 중심으로 관리되는 한, 실패의 책임은 계속 개인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
시니어 창업의 실패는 단일 원인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소득 공백을 감당할 안전장치의 부재, 업종 선택 구조의 왜곡, 단독 창업을 기본값으로 둔 정책 설계, 실패 이후 회복 경로의 부재가 동시에 작용한다. 이 요소들이 결합될 때 실패는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시스템의 결과가 된다.
이제 질문은 바뀌어야 한다. 왜 실패했는가가 아니라, 왜 실패하도록 설계됐는가다. 시니어 창업이 반복적으로 무너지는 이유는 개인의 의지나 노력 부족이 아니라, 지속을 고려하지 않은 구조 위에 올려졌기 때문이다.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실패는 다른 개인의 몫으로 계속 이전될 뿐이다.
[한국시니어신문 김시우 기자] woo7@ksenior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