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니어신문] 한국폴리텍대학이 인공지능 전환(AX) 훈련과정을 신설하면서 중장년 재직자·구직자의 직업 생존 전략이 새로운 분기점을 맞았다.
AI가 일자리를 대체하는 시대가 아니라, AI를 다루는 사람이 일자리를 독식하는 시대가 열렸다. 고용노동부와 한국폴리텍대학이 인공지능 전환(AX·AI Transformation) 훈련과정을 공식 신설하면서, 50·60대 중장년층의 재취업·재직 생존 전략은 이제 'AI 리터러시(AI를 읽고 활용하는 능력)' 보유 여부로 갈린다.
AI 전환 교육, 왜 지금 시니어에게 결정적인가
한국폴리텍대학은 2025년부터 제조·서비스·물류 등 산업 현장의 AI 전환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AX 특화 훈련과정을 단계적으로 신설하고 있다. 이 과정은 단순 코딩 교육이 아니라, 현장에서 AI 도구를 실제 업무에 적용하는 실무 중심으로 설계됐다는 점에서 기존 디지털 교육과 궤를 달리한다.
고용노동부는 이 과정을 국가기간·전략산업직종훈련(국가가 전략적으로 육성하는 핵심 직업훈련)과 연계해 수강료 전액 또는 대부분을 국비로 지원한다. 중장년 재직자나 퇴직 후 재취업을 준비 중인 50·60대라면 사실상 무료로 참여할 수 있는 구조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 교육과정이 단순 청년층 대상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폴리텍대학은 재직자 단기 과정과 실업자 재취직 훈련 과정을 병행 운영하며, 중장년 재직자가 퇴근 후 또는 주말에 참여할 수 있는 단기·모듈형 교육을 함께 배치하고 있다.
AI 기반 품질검사 자동화, 스마트 물류 운영, 챗GPT 활용 문서 작성 자동화 등 현장 직무와 직결된 내용이 커리큘럼의 핵심을 이룬다. 이는 막연한 'AI 두려움'을 실질적 'AI 활용 능력'으로 전환시키는 구체적 경로다.
시니어 일자리 구조 변화, 수치로 읽는다
통계청 2024년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60세 이상 취업자는 672만 명으로 전체 취업자의 약 23%를 차지한다. 그러나 이 중 AI·디지털 도구를 실무에 적용하는 직무에 종사하는 비율은 극히 낮으며, 단순 노무직 집중도는 여전히 높다.
문제는 AI 전환이 가속화될수록 단순 반복 업무부터 자동화 대체가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즉, 지금 당장 재교육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중장년 취업자가 가장 먼저 밀려나는 구조다.
반대로 생각하면, AX 교육을 이수한 중장년 인력은 '현장 경험 + AI 활용 능력'이라는 조합을 갖게 된다. 예를 들어 20년 이상 제조 현장 경력을 가진 60세 기술자가 AI 기반 설비 이상 감지 시스템 운용 교육을 6주간 이수하면, 청년 신입이 단기간에 따라잡기 어려운 현장 판단력을 AI 도구와 결합한 고숙련 포지션으로 재정립될 수 있다.
이것이 고용노동부가 AX 과정 신설 보도자료에서 "AI가 내 일자리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AI를 부린다"는 표현을 전면에 내세운 이유다.
구체적 비용 효과를 따져보면, 국비 지원 단기 훈련과정 수강료는 과정에 따라 50만200만 원 수준인데, 국민내일배움카드(구직자·재직자 대상 훈련비 지원 카드) 보유자는 자부담 없이 또는 1020% 수준만 부담하고 이수할 수 있다. 월 150만 원 이상의 임금 상승 효과나 재취업 가능성을 고려하면, 투자 대비 회수 기간은 사실상 1개월 이내다.
제도 연계 구조, 복지와 산업이 만나는 지점
이번 AX 과정 신설은 단독 교육 정책이 아니라, 고용보험 환급 훈련·내일배움카드·중장년 새출발 카운슬링 서비스 등 기존 고용 복지 제도와 연계되는 복합 구조로 작동한다.
고용보험에 가입된 재직자는 사업주 훈련 지원금을 통해 회사 측 부담으로 교육을 받을 수도 있으며, 퇴직 후 구직 상태라면 실업급여 수급 기간 중에도 훈련 참여가 가능하다. 제도를 정확히 알고 활용하느냐 모르고 지나치느냐에 따라 수백만 원 이상의 교육 기회 격차가 발생한다.
여기서 핵심 질문이 생긴다.
지금 60세 전후의 재직자·구직자가 이 제도를 실제로 찾아가서 신청하는가, 아니면 "AI는 젊은 사람 거야"라는 고정관념으로 접근 자체를 포기하는가? 이 선택 하나가 향후 5~10년의 소득 구조를 가른다.
폴리텍대학의 AX 과정은 단순히 새로운 교육 프로그램 하나가 추가된 것이 아니라, 중장년 노동시장에서 'AI 활용 가능 인력'과 '대체 가능 인력'의 경계선이 그어지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노후 자산 측면에서도 이 문제는 직결된다.
국민연금 수령 시점까지 안정적 소득을 유지하려는 중장년에게 재취업 또는 재직 연장은 노후 재무 계획의 가장 강력한 버퍼(완충 장치)다.
60세 이후 월 200만 원의 근로소득이 5년간 유지된다면, 국민연금 수령 전까지 총 1억 2,000만 원의 현금흐름이 확보된다. AX 교육 한 과정 이수가 이 흐름의 지속 여부를 결정하는 변수로 작동할 수 있다.
실버산업 구조 변화와 시니어 인력의 재편
실버산업 영역에서도 AI 전환은 빠르게 진행 중이다. 요양·돌봄 서비스에 AI 모니터링 시스템이 도입되고, 시니어 주거시설에는 스마트 홈 관리 플랫폼이 적용되면서, 이 분야 종사자에게도 AI 도구 운용 능력이 기본 역량으로 요구되기 시작했다.
현장 경험이 풍부한 중장년 요양보호사나 사회복지사가 AX 교육을 통해 디지털 돌봄 코디네이터 역할로 전환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는 단순 임금 인상을 넘어 직무 등급 자체가 올라가는 구조적 변화다.
제조·물류·서비스업 전반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나타난다. AI 기반 재고 관리, 수요 예측, 품질 자동 분류 시스템이 현장에 도입되면서, 이 시스템을 감독하고 예외 상황을 판단하는 '인간 관리자' 포지션이 새롭게 형성되고 있다.
이 자리는 AI를 두려워하는 인력이 아니라 AI를 도구로 운용할 줄 아는 경험 많은 중장년 인력에게 가장 적합하다. 폴리텍대학의 AX 과정이 이 포지션으로 가는 가장 빠른 공식 경로라는 점에서, 산업 표준이 이미 이동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AI 전환이라는 파도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고용노동부와 폴리텍대학이 마련한 AX 훈련 체계는, 지금 이 순간 중장년 인력에게 열려 있는 가장 구체적이고 비용 부담이 낮은 재정비 경로다. 제도를 모르면 격차는 자동으로 벌어지고, 알고 움직이는 사람에게 기회가 집중되는 구조는 이미 작동 중이다.
노후 소득 공백을 줄이고 재취업 경쟁력을 유지하려는 50·60대라면, 지금 당장 고용24 홈페이지에서 '국민내일배움카드' 발급 여부를 확인하고, 가까운 폴리텍대학 AX 개설 과정과 개강 일정을 조회하는 것이 오늘 취할 수 있는 가장 실질적인 첫걸음이다.
[한국시니어신문 김규민 기자] dailyk@ksenior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