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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민 칼럼] 병보다 무서운 건 '일상 기능의 붕괴'다

한국시니어신문 발행인/편집인

 

[한국시니어신문] 나이가 들수록 가장 두려운 것은 병이 아니다. 정작 노년의 삶을 무너뜨리는 결정적 요인은 ‘기능 상실(Functional Decline)’, 즉 일상의 능력이 무너지는 순간이다.

 

현대 의학은 고혈압·당뇨 같은 만성질환을 조절하는 데 성공했고 약으로 관리하는 시대가 됐다. 그러나 병이 조절된다고 해서 생활이 안정되는 것은 아니다. 병은 조절되지만, 몸을 움직이고 판단하고 기억하는 능력이 약해지면 삶 전체가 흔들린다.

 

일상 기능의 붕괴는 서서히 온다.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조금 불편하다”는 작은 신호에서 시작된다.

 

10분만 걸어도 숨이 차고, 생수병을 드는 힘이 떨어지고, 장보기가 피곤해지고, 약을 제때 먹는 것이 어려워진다. 혼자 다니던 병원도 택시가 필요해지고, 외출이 귀찮아지고, 약속을 미루게 된다. 이 작은 변화들이 쌓이면 사회적 고립–우울–낙상–입원–장기요양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실제로 장기요양보험 등급 판정은 질병보다 일상생활 능력(ADL·IADL)을 더 중요하게 평가한다. 옷 갈아입기·목욕하기·용변보기 같은 기본능력과, 장보기·약 챙기기·교통 이용 등 인지·판단이 필요한 능력이 떨어지면 등급 판정은 급격히 변한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명확하다. 시니어 건강의 성패는 질병이 아니라 기능이 좌우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기능 상실은 왜 무서운가. 첫째, ‘조용한 위기’이기 때문이다. 혈압처럼 숫자로 확인되지 않고, 통증처럼 즉각적 경고가 없다. 둘째, 한 번 무너지면 회복이 쉽지 않다. 근력·균형·인지 기능은 70대 이후 급속히 감소하고, 회복에는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든다. 셋째, 기능 상실은 연쇄적인 생활 붕괴를 일으킨다. 몸을 덜 쓰면 근육이 빠지고, 외출이 줄어들면 고립되고, 고립은 우울로 이어진다. 우울은 다시 움직임을 줄여 기능을 더 약화시키는 악순환을 만든다.

 

노년기에 가장 큰 의료비 지출은 ‘질병 치료’가 아니라 기능 상실 이후 발생하는 장기요양·입원·재활 비용이다. 이는 개인뿐 아니라 사회 전체가 감당해야 할 문제다. 한국은 초고령사회로 진입했고, 향후 20년 동안 기능 상실을 예방하지 못한다면 돌봄 인력·요양시설·의료비 지출 등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부담이 발생한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병 중심이 아닌 기능 중심의 건강관리 패러다임 전환이다. 걷기·균형·근력·인지 기능을 지키는 활동에 집중해야 한다. 의학적 근거는 분명하다. 근육량을 조금만 유지해도 낙상 위험이 줄고, 균형 훈련은 골절과 장기 입원을 예방하며, 인지 자극 활동은 치매 진행 속도를 늦춘다.

 

결국 노후의 품질은 “무슨 병을 갖고 있느냐”가 아니라 “내 몸과 두뇌가 얼마나 일상 기능을 유지하느냐”가 결정한다.


건강수명이 단순한 구호가 아닌 현실이 되려면, 지금부터라도 기능 상실의 징후를 세심하게 살피고, 일상 활동을 꾸준히 유지해야 한다. 노년의 삶을 무너뜨리는 것은 병이 아니라 기능이다. 한국 사회가 주목해야 할 ‘보이지 않는 위기’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한국시니어신문 김규민 기자] dailyk@ksenior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