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니어신문] 시니어 창업을 개인의 선택이나 용기의 문제로 다루는 국가는 많지 않다. 일본과 독일, 그리고 OECD 주요 국가는 시니어 창업을 독립된 창업 정책으로 보지 않는다. 이들 국가에서 시니어 창업은 노동 정책과 연금 정책, 지역 유지 전략의 일부로 통합돼 설계된다. 출발점부터 다르다. 해외 사례를 들여다보면, 실패율의 차이는 개인의 역량이 아니라 구조의 차이에서 비롯된다는 점이 분명해진다.
일본에서 시니어 창업은 은퇴 이후 갑작스러운 선택지가 아니다. 정년 연장, 재고용, 시간제 전환과 같은 제도와 자연스럽게 연결된 연속적 노동 경로 중 하나로 배치된다. 한 시점에 직장을 그만두고 곧바로 창업에 뛰어드는 구조가 아니라, 노동 강도를 점진적으로 낮추며 역할을 전환하는 과정 속에 창업이 포함된다. 이 과정에서 창업은 독립이라기보다 전환에 가깝다.
일본 지자체가 주도하는 시니어 창업 모델의 상당수는 지역 기반 생활 서비스에 집중돼 있다. 돌봄 보조, 생활 수리, 이동 지원, 지역 교육과 같은 영역은 수요가 비교적 안정적이고 급격한 확장을 요구하지 않는다. 이 분야에서 중요한 기준은 매출 성장률이 아니라 일정 수준의 월 소득을 유지할 수 있는가다. 일본 정책은 창업 성공의 기준을 속도가 아니라 지속성에 둔다. 이 기준 설정이 실패 확률을 구조적으로 낮춘다.
독일의 접근은 더 분명하다. 독일은 시니어 창업을 자영업 진입으로 정의하지 않는다. 연방고용청과 각 주 정부는 이를 직업 전환의 한 형태로 관리한다. 은퇴 이전부터 프리랜서, 컨설턴트, 기술 자문 형태로 점진적으로 이동하도록 유도하며, 기존 직무 경험과의 연계를 필수 조건으로 둔다. 전혀 새로운 업종에 대한 창업은 오히려 신중하게 제한된다. 이는 시니어 창업의 실패가 개인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비용을 남긴다는 점을 정책적으로 인정한 결과다.
독일의 또 다른 특징은 단독 창업을 기본값으로 두지 않는다는 점이다. 협동조합, 공동 사업체, 지역 네트워크형 사업 모델이 제도적으로 뒷받침된다. 창업자는 혼자가 아니라 구조 안에 편입된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외부에서 조정과 개입이 가능하도록 설계돼 있다는 점에서, 모든 부담을 개인에게 전가하는 구조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OECD는 고령화 사회에서 시니어 창업 정책이 갖춰야 할 조건을 비교적 명확하게 제시한다. 창업 초기 소득 공백을 완화할 안전장치, 실패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소규모 구조, 그리고 사회적 고립을 막는 네트워크형 설계가 핵심이다. 이는 특정 국가의 예외적 사례가 아니라, 회원국 정책 비교를 통해 도출된 공통 결론에 가깝다.
해외 사례를 종합하면 시니어 창업을 바라보는 관점 자체가 다르다는 점이 분명해진다. 일본과 독일, OECD 주요 국가는 시니어 창업을 성공해야 할 사업이 아니라 유지돼야 할 노동 경로로 인식한다. 실패를 개인의 판단 미스로 돌리지 않고, 실패 가능성을 낮추는 구조를 먼저 설계한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시니어 창업을 개인의 선택 영역에 머물게 한다. 정책은 창업을 권장하지만, 그 이후의 지속 가능성은 개인에게 맡긴다. 이 차이가 실패율의 차이로 이어진다. 해외 사례는 하나의 질문을 던진다. 시니어 창업을 계속 개인의 도전으로 남겨둘 것인가, 아니면 국가 인적자본 관리 전략으로 재설계할 것인가 하는 질문이다.
[한국시니어신문 김시우 기자] woo7@ksenior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