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니어신문] 강원도 양양의 깊은 산골. 지도 없이는 찾아가기 쉽지 않은 이곳에 시니어들과 환우들 사이에서 입소문으로 알려진 공간이 있다. 이름부터 뜻이 분명하다. 내 몸을 달래는 곳, 달래촌이다. 이곳은 단순한 음식점을 넘어 청정 자연 속에서 식사와 쉼을 함께 경험하는 힐링 공간으로 주목받고 있다.
달래촌이 자리한 곳은 약 1천2백만 평에 이르는 산림과 계곡으로 둘러싸인 오지다. 인공 소음이 거의 들리지 않는 환경에서 무공해 산나물과 약초로 차린 약선 밥상이 이곳의 중심을 이룬다. 병원 치료로 지친 몸과 마음을 잠시 내려놓고 자연의 리듬에 자신을 맡기려는 이들이 이곳을 찾는다.
7가지 한약재와 산나물이 어우러진 보약 버섯 밥상
달래촌의 대표 메뉴는 달래 명품 보약 버섯 밥상이다. 이 밥상은 단순히 건강식을 표방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오가피 산뽕나무 엄나무 산당귀 등 7가지 한약재를 달여낸 물로 밥을 짓고, 능이버섯 까치버섯 표고버섯 등 귀한 산버섯을 더해 깊은 풍미를 낸다.
함께 나오는 반찬 역시 자연의 결을 살린다. 도라지 곤드레 우엉 등은 자극을 최소화한 방식으로 조리된다. 인공조미료를 사용하지 않고 직접 담근 효소로 간을 맞춰 소화력이 약해진 시니어나 항암 치료 중인 환자들도 비교적 부담 없이 식사할 수 있도록 했다.
이곳의 밥상은 치료를 대체하는 음식이 아니라, 치료 과정에서 무너진 식욕과 체력을 돕는 일상 회복형 식사에 가깝다. 그래서 달래촌을 찾는 이들 사이에서는 약이 되는 밥상이라는 표현이 자연스럽게 쓰인다.
암 환우들이 체감한 변화와 위로의 공간
달래촌을 찾은 환우들 가운데는 장기간 치료로 체력이 급격히 떨어졌던 이들도 있다. 췌장암 말기 진단을 받았던 한 방문객은 이곳에 머무르며 식사와 휴식을 병행한 뒤 체중이 늘고 통증이 완화됐다고 전한다. 의료적 치료 결과와는 별개로, 자연 환경 속에서 규칙적인 식사와 휴식을 취한 경험이 심리적 안정과 회복 의지를 높였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공간이 만들어진 배경에는 김주성 촌장의 개인사가 깊이 스며 있다. 그는 과거 광고 디자이너이자 사업가로 성공 가도를 달렸지만, IMF 시기 부동산 명의 신탁을 둘러싼 사기로 큰 경제적 타격을 입었다. 집 11채에 해당하는 재산을 잃고 사람과 도시, 돈에 대한 깊은 회의에 빠졌다고 한다.
그는 결국 모든 것을 내려놓고 연고도 없던 강원도 양양 산골로 들어왔다. 사람에게 받은 상처를 자연 속에서 회복하고, 삶에 쉼표를 찍고 싶다는 마음이 이주를 결심하게 한 이유였다. 이후 전립선암 4기 판정을 받고 투병을 겪으며, 자연 환경과 식생활의 중요성을 몸소 체험했다. 달래촌은 그렇게 개인의 상처와 회복 경험이 축적돼 만들어진 공간이다.
몸을 데우는 황토 온열 요법과 자연 속 걷기
달래촌에는 식사 외에도 몸을 따뜻하게 하는 온열 시설이 마련돼 있다. 핀란드식 사우나와 함께 김 촌장이 직접 개발한 황토손 온열 기구가 대표적이다. 황토와 특수 광물을 배합해 고온에서 구워낸 도자기 형태의 찜질 기구로, 특정 부위에 열을 전달해 몸을 따뜻하게 하는 보조 요법으로 활용된다.
황토손은 소화 불량이나 관절 통증, 만성 피로로 고생하는 이들이 주로 사용한다. 촌장은 체온 관리와 혈액 순환이 면역 유지에 중요하다는 관점에서 이를 보조적 관리 수단으로 소개한다. 다만 이는 의료 행위를 대체하는 수단이 아닌, 개인의 컨디션 관리 차원의 보완적 활용임을 강조한다.
자연 속에서 걷는 시간도 달래촌의 중요한 치유 요소다. 약 6.5킬로미터에 이르는 달래길 트레킹 코스와 수변 둘레길은 피톤치드와 맑은 공기를 마시며 천천히 몸을 움직이기에 적합하다. 무리 없는 걷기는 시니어와 환우 모두에게 부담이 적은 회복 활동으로 평가받는다.
자연이 건네는 한 끼의 위로
달래촌의 밥상은 화려하지 않다. 대신 묵묵하다. 겨울을 견디고 돋아난 산나물처럼, 지친 몸에 서서히 기운을 불어넣는 식사다. 병과 싸우느라 차갑게 식은 일상에 따뜻한 온기를 더해주는 한 끼라는 표현이 어울린다.
의학적 치료의 영역을 넘어, 삶의 리듬을 되찾고 싶은 시니어와 환우들에게 달래촌은 음식점이 아닌 쉼의 공간으로 기억된다. 자연과 식사, 그리고 잠시 멈출 수 있는 시간이 어우러진 이곳이 건강 성지로 불리는 이유다.
[한국시니어신문 김규민 기자] dailyk@ksenior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