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30 (화)

  • 맑음동두천 -5.0℃
  • 맑음대관령 -4.5℃
  • 맑음백령도 0.1℃
  • 맑음북강릉 2.1℃
  • 맑음강릉 2.4℃
  • 맑음동해 3.5℃
  • 맑음서울 -3.1℃
  • 맑음인천 -1.8℃
  • 맑음수원 -1.6℃
  • 맑음충주 -5.2℃
  • 맑음서산 -0.5℃
  • 맑음청주 -1.0℃
  • 맑음대전 -0.2℃
  • 구름조금추풍령 -1.5℃
  • 구름조금군산 -0.5℃
  • 맑음대구 2.5℃
  • 맑음전주 -0.7℃
  • 맑음울산 2.8℃
  • 구름많음광주 1.7℃
  • 흐림부산 4.4℃
  • 구름많음목포 1.6℃
  • 흐림여수 4.1℃
  • 구름많음흑산도 4.8℃
  • 구름많음완도 3.8℃
  • 맑음고창 0.1℃
  • 흐림순천 0.8℃
  • -진도(첨찰산) 30.2℃
  • 맑음홍성(예) -0.2℃
  • 구름조금제주 7.3℃
  • 맑음고산 7.8℃
  • 맑음성산 6.8℃
  • 맑음서귀포 8.7℃
  • 맑음강화 -1.2℃
  • 맑음양평 -1.4℃
  • 맑음이천 -0.8℃
  • 맑음제천 -3.8℃
  • 맑음보은 -2.7℃
  • 맑음천안 -1.7℃
  • 구름조금보령 0.3℃
  • 맑음부여 -0.3℃
  • 맑음금산 -1.8℃
  • 맑음부안 1.1℃
  • 맑음임실 -0.5℃
  • 맑음정읍 -0.3℃
  • 구름조금남원 -2.3℃
  • 맑음장수 -2.6℃
  • 맑음고창군 0.2℃
  • 맑음영광군 -0.9℃
  • 구름많음김해시 2.2℃
  • 맑음순창군 -0.7℃
  • 구름많음보성군 4.1℃
  • 구름많음강진군 2.2℃
  • 구름많음장흥 2.6℃
  • 구름많음해남 2.4℃
  • 흐림고흥 2.5℃
  • 흐림광양시 3.0℃
  • 구름조금진도군 2.9℃
  • 맑음봉화 -6.4℃
  • 맑음문경 -0.1℃
  • 맑음구미 0.8℃
  • 맑음경주시 3.0℃
  • 맑음거창 -1.1℃
  • 구름많음거제 5.4℃
  • 흐림남해 4.4℃
기상청 제공

[정은상의 시니어 칼럼] 퇴직 후의 배움: '두 번째 성년'을 위한 지적인 항해

정은상 맥아더스쿨 교장

 

[한국시니어신문] 책상을 떠나는 순간, 많은 이들은 비로소 '휴식'의 완성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현대의 생애주기 모델은 우리에게 전혀 다른 시나리오를 제시합니다. 이른바 '백세 시대', 이제 60세는 인생의 황혼이 아니라 '익스펜디드 미들 에이지(Expanded Middle Age, 확장된 중년)'의 시작일 뿐입니다.

 

과거의 인생이 '교육-노동-휴식'이라는 단순한 3단계였다면, 이제는 '멀티 스테이지(Multi-stage)'의 삶으로 변모했습니다. 적어도 75세, 아니 80세 이상까지도 사회적·경제적 주체로 활약해야 하는 시대에 '학습의 중단'은 곧 '성장의 조기 퇴장'이자 사회적 고립을 의미합니다.


왜 우리는 퇴직 이후에도 여전히 배움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할까요? 그리고 어떻게 해야 그 배움을 단순한 지식 습득을 넘어 삶의 지혜와 품격으로 승화시킬 수 있을까요?


지적 항해의 동력: 인지적 회복탄력성과 평생 고용 역량


과거의 교육이 취업을 위한 단기적인 '스펙 쌓기'였다면, 퇴직 후의 학습은 '코그니티브 리저브(Cognitive Reserve, 인지 예비능력)'를 구축하는 과정입니다. 인간의 뇌는 새로운 자극을 받을 때 신경 세포 간의 연결이 강화되는 '뇌 가소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는 마치 근육을 단련하듯 뇌의 체력을 기르는 것과 같습니다. 배움을 멈추지 않는 것은 치매와 같은 인지 기능 저하를 막는 가장 강력한 방어 기제이자,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 정서적 평온을 유지하는 '심리적 안티프래질(Anti-fragile)'의 토대가 됩니다.


또한, 이제는 '평생 직장'이 아닌 '평생 고용 가능성(Lifelong Employability)'이 생존의 화두가 되었습니다. 80세까지 일을 한다는 것은 과거의 경력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기술 지형에 자신을 끊임없이 동기화(Synchronization)하는 과정을 요구합니다. 배움은 우리가 사회라는 거대한 생태계에서 '과거의 인물'로 박제되지 않고, 끝까지 유효한 존재로 남게 해주는 유일한 티켓입니다. 이는 경제적 이득을 넘어, 세상과 상호작용하며 자신의 존재 가치를 확인하는 가장 고결한 방식입니다.


지혜로운 성장을 위한 네 가지 전략


이 긴 항해를 지치지 않고 지혜롭게 완주하기 위해, 우리는 단순한 정보 수집을 넘어선 네 가지 핵심적인 전략을 실천해야 합니다.


첫째, '전략적 언러닝(Strategic Unlearning)'의 미학


가장 먼저 선행되어야 할 것은 과거의 성공 방식과 낡은 고정관념을 비워내는 것입니다. 이를 전문 용어로 '언러닝(Unlearning)'이라 부릅니다. "내가 현직에 있을 때는..."이라는 왕년의 프레임은 새로운 지식이 뿌리내리는 것을 방해하는 가장 큰 장애물입니다. 과거의 권위와 직함이 주는 무게를 과감히 해체하고, 낯선 지식 앞에 기꺼이 '초심자(Beginner's Mind)'가 되는 겸손함이야말로 지혜로운 배움의 첫 단추입니다. 비워야 비로소 새로운 시대의 흐름을 채울 수 있습니다.


둘째, '마이크로 학습(Micro-learning)'을 통한 습관의 내재화


거창한 학위나 자격증이라는 목표에 매몰되어 시작도 하기 전에 지칠 필요는 없습니다. 짧고 강렬한 정보의 단위인 '마이크로 콘텐츠'를 활용해 매일 조금씩 지식의 영토를 넓혀야 합니다. 아침 식사 시간의 뉴스레터 구독, 산책 중의 전문 팟캐스트 청취, 혹은 AI 도구를 활용한 15분의 탐구는 뇌를 지속적으로 각성시킵니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배우느냐'보다 '배우는 상태를 유지하는 것'입니다. 배움을 무거운 과제가 아닌, 일상의 즐거운 '라이프스타일'로 편입시키는 기술이 필요합니다.


셋째, '디지털 플루언시(Digital Fluency)'의 확보


백세 시대의 문맹은 단순히 글을 못 읽는 것이 아니라 '기술이라는 언어를 다루지 못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80세까지 사회적 유효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생성형 AI(ChatGPT, 제미나이 등)나 디지털 협업 도구, 핀테크 등 '디지털 유창성(Digital Fluency)'을 반드시 갖추어야 합니다. 기술은 더 이상 청년 세대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오히려 숙련된 삶의 통찰을 가진 시니어가 디지털이라는 강력한 도구를 손에 쥐었을 때, 그 파괴력은 세대를 아우르는 노련한 리더십으로 발휘될 수 있습니다. 디지털은 세대 간의 장벽을 허무는 가장 강력한 소통 수단입니다.


넷째, '제너러티브 러닝(Generative Learning)': 가르치며 배우기


진정한 배움의 완성은 타인과의 공유와 연결에 있습니다. 자신이 평생 쌓아온 전문 지식을 현대적인 트렌드와 결합하여 젊은 세대에게 전달하거나, 반대로 그들로부터 최신 문화를 역으로 배우는 '리버스 멘토링(Reverse Mentoring)'에 참여해 보십시오. 지식을 내면에만 가두지 않고 공동체로 흐르게 할 때(Generativity), 배움은 비로소 개인의 성취를 넘어 사회적 '레거시(Legacy)'로 진화합니다. 가르치는 과정은 자신이 아는 것을 가장 완벽하게 복기하는 최고의 학습법이기도 합니다.


배움은 '생존'을 넘어선 '존엄'의 문제


퇴직 이후의 배움은 단순히 시간을 때우기 위한 소일거리가 아닙니다. 그것은 자신의 삶에 대한 주도권과 통제권을 끝까지 유지하겠다는 치열한 의지이며,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도 당당히 목소리를 내겠다는 능동적인 선언입니다. 나이가 들어서 열정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열정이 사라지기 때문에 나이가 드는 것입니다. 80세가 되어서도 "나는 여전히 세상에 호기심을 느끼며 배우고 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에게 노년은 쇠퇴가 아닌 절정의 시간입니다.


지금 바로 배움이라는 돛을 올리십시오. 백세 시대라는 거대한 바다는 준비된 항해자에게는 고립된 섬이 아닌, 무한한 탐험이 가능한 기회의 대륙을 보여줄 것입니다. 당신의 두 번째 성년은 바로 지금, 첫 페이지를 넘기는 그 찰나의 순간에 다시 시작됩니다.

 

※ 외부 필자의 칼럼 및 기고 등은 한국시니어신문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한국시니어신문] news@ksenior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