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니어신문] 아파트 안에서 벌어지는 일상의 판이 바뀌고 있다. LG전자의 AI홈 솔루션이 30만 세대를 넘기면서, 음성 제어 기반 주거 환경이 시니어 가구의 생활 안전과 자립 전략에 직결되는 변수로 떠올랐다.
시니어 독거 가구 390만 시대, 음성 제어형 스마트홈이 주거 안전의 분기점이 된다
2025년 기준 65세 이상 1인 가구는 약 390만에 육박한다. 통계청 장래가구추계(2022)에 따르면 2030년이면 이 숫자는 470만을 넘긴다. 혼자 사는 시니어에게 아파트는 삶의 공간이면서 동시에 가장 큰 리스크가 집중되는 장소다.
가스밸브를 잠갔는지 확인하려 허리를 숙이고, 조명 스위치를 찾아 어두운 복도를 더듬고, 엘리베이터를 부르려 현관까지 나가야 하는 동작 하나하나가 낙상과 사고의 경로가 된다.
LG전자가 2026년 1분기 기준 '우리 단지 연결' 서비스 적용 세대 30만을 넘겼다는 발표는 단순한 B2B(기업 간 거래) 실적 이상의 의미를 품는다. 1기 신도시 전체 아파트 수를 상회하는 규모다.
엘리베이터 호출, 주차 위치 확인, 가스밸브 제어, 방문 이력 확인까지 앱 하나로 가능하고, AI홈 허브(가정 내 기기를 연결·제어하는 중심 장치) '씽큐 온'을 결합하면 앱 조작 없이 음성만으로 이 모든 기능을 쓸 수 있다. 스마트폰 화면을 들여다볼 필요가 없다는 한 가지가 시니어에게는 결정적 차이다.
포스코이앤씨 주거 브랜드 '더샵'에 공급된 씽큐 온 누적 세대도 1만을 돌파했다. 생성형 AI(사람의 언어를 이해하고 답변을 만들어내는 인공지능)가 탑재돼 "에어컨 끄고 로봇 청소기 돌려줘, 한 시간 후에 제습기 틀어줘" 같은 복합 명령도 맥락을 이해하고 순서대로 실행한다.
시력이 떨어지거나 관절이 불편한 시니어가 리모컨 여러 개를 찾아 헤맬 이유가 사라진다. 공간별 기기 일괄 제어까지 가능하니, 취침 전 "침실 조명 모두 꺼줘"라고 말하면 그걸로 끝난다.
그렇다면 이 기술이 시니어 가구에 보급되는 속도와 범위는 충분한가. 아직은 신축 아파트 중심이고, 기존 아파트 재건축·리모델링 단지로의 확산은 시작 단계다. 시니어 밀집 지역일수록 노후 아파트 비중이 높다는 점에서, 기술과 수요 사이에 간극이 존재한다.
건설 B2B 시장 재편 속, AI홈 솔루션이 시니어 복지 인프라로 전환되는 구조
LG전자가 이 솔루션을 밀어붙이는 배경에는 건설 B2B 시장의 구조적 전환이 있다. 분양 시장이 위축되면서 건설사들은 '차별화된 주거 가치'를 내세워야 분양률을 끌어올릴 수 있다. 고품질 빌트인 가전에 AI홈 플랫폼까지 패키지로 제공하는 LG전자의 전략은 건설사 입장에서 분양 경쟁력, 입주민 입장에서 생활 편의를 동시에 끌어올리는 구조다.
주목할 부분은 이 B2B 비즈니스 모델이 의도치 않게 시니어 복지 인프라의 빈자리를 채우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의 고령자 주거 지원 정책은 주로 임대주택 공급과 주거비 보조에 집중돼 왔다. 반면 주거 '환경'의 질을 바꾸는 스마트홈 기술 보급은 민간 건설사와 가전 기업의 B2B 거래를 통해 자연스럽게 확산되고 있다.
관리자 대시보드(관리자 전용 모니터링 화면)를 통한 실시간 관제, 제품 이상 징후 조기 파악, 원격 A/S 접수 같은 기능은 시니어 독거 가구의 안전 모니터링 체계와 기능적으로 겹친다.
북미 시장을 겨냥한 'LG 씽큐 프로'의 등장도 이 흐름을 뒷받침한다. 건물 관리자가 가전과 공조 시스템을 통합 관제하고, 입주민이 원격으로 A/S를 접수하는 구조는 결국 '거주자가 직접 움직이지 않아도 되는 주거 환경'을 만든다. 이 방향은 에이징 인 플레이스(나이 들어도 살던 곳에서 계속 거주하는 것)라는 글로벌 주거 트렌드와 정확히 맞물린다.
과거 스마트홈은 젊은 얼리어답터(새 기술을 먼저 받아들이는 소비자)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다. 지금은 다르다. 음성 제어와 AI 맥락 이해 기술이 결합되면서,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시니어도 진입 장벽 없이 쓸 수 있는 단계에 진입했다. 기술의 용도가 '젊은 세대의 편의'에서 '고령 세대의 안전'으로 이동하는 전환점이다.
신축 입주만이 답인가, 기존 아파트 시니어 가구의 선택지를 점검해야 한다
30만 세대라는 수치가 빛나지만, 냉정하게 따져야 할 질문이 있다. 전국 아파트 약 1,200만 세대 가운데 30만은 2.5%에 불과하다. AI홈 솔루션 혜택은 대부분 신축 분양 아파트에 집중돼 있고, 시니어 비율이 높은 준공 20년 이상 아파트 단지에는 아직 손이 닿지 않는다.
신축은 기술이 들어오고, 구축은 사각지대로 남는 이 격차가 시니어 주거 안전의 가장 큰 맹점이다. 기존 아파트에 거주하는 시니어라면, 씽큐 온 같은 AI 허브 단독 설치가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다.
LG전자 가전을 보유하고 있다면 허브 하나로 음성 제어 환경을 구축할 수 있고, IoT(사물인터넷) 호환 기기를 추가하면 조명·환기·콘센트 제어까지 확장 가능하다. 다만 단지 연동 기능인 엘리베이터 호출이나 커뮤니티 예약 등은 아파트 관리 시스템과의 연결이 전제되므로, 입주자대표회의나 관리사무소에 도입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정부 차원에서도 주거급여(저소득 가구에 지급하는 주거비 지원금)나 고령자 주택 개조 지원 사업에 스마트홈 기기 설치를 포함시키는 정책 논의가 필요하다.
현재 주거급여 수급 시니어 가구는 약 70만으로 추산되는데, 이들에게 가스밸브 원격 차단 장치 하나만 지원해도 화재 사고 예방 효과가 생긴다. AI홈 솔루션이 민간 B2B 시장에서 검증된 이상, 공공 복지 영역으로의 접목은 비용 대비 효과가 충분하다.
시니어 자녀 세대도 주목해야 할 대목이 있다. 부모가 거주하는 아파트의 스마트홈 전환 여부는 원격 안전 확인과 직결된다. 방문 이력 확인, 가전 사용 패턴 모니터링 같은 기능은 독거 부모의 일상 이상 징후를 자녀가 파악하는 통로가 된다. 새 아파트로 이사하지 않더라도, AI 허브와 IoT 기기 조합만으로 최소한의 안전망을 구축할 수 있는지 따져볼 시점이다.
결국 AI홈 솔루션의 확산은 시니어 주거 전략의 기준선을 옮기고 있다.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에서 음성 제어 기반 스마트홈 환경을 갖출 수 있는지, 없다면 어떤 기기를 추가해 최소한의 안전 제어가 가능한지를 확인하는 작업이 출발점이다.
오늘 해야 할 일은 간단하다. 보유 중인 가전의 씽큐 앱 연동 가능 여부를 확인하고, 거주 단지의 스마트홈 시스템 도입 계획을 관리사무소에 문의하는 일이다.
[한국시니어신문 임효정기자] im@ksenior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