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금손실 걱정 없는 착실한 투자법
"투자는 젊었을 때나 하는 것 아닌가요?" 62세 박영희씨(가명)의 솔직한 고백이다. 하지만 최근 물가 상승으로 예금 이자만으로는 실질 구매력이 떨어진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원금손실없는 안전한 투자 방법을 찾고 있다. 박씨처럼 생각하는 시니어들이 의외로 많다.
최근 통계를 보면 60세 이상 투자자의 비중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지만 젊은 층과는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시간이 부족하고 위험을 감수할 여력이 적기 때문이다. 투자 손실 시 회복할 기회가 제한적이어서 더욱 신중해야만 한다.
시니어 투자의 핵심은 '안전성'이다. 원금을 잃을 위험을 최소화하면서도 인플레이션을 이길 수 있는 수익률을 추구해야 한다. 현재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연 2.1% 수준(2025년 7월 기준)인 점을 고려하면, 최소한 이보다는 높은 수익률을 얻어야 실질 구매력을 유지할 수 있다. 다음 5가지 투자법은 시니어들도 부담 없이 시작할 수 있는 방법들이다.
첫째, 예금도 전략이 필요하다
단순히 은행에 돈을 맡기는 것도 전략이 필요하다. 정기예금, 정기적금, CMA(현금관리계좌) 각각의 특성을 이해하고 적절히 조합해야 한다. 정기예금은 목돈을 안전하게 굴리는 기본 상품이다. 2025년 8월 기준 시중은행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1.5~2.0% 내외 수준이다. 하지만 인터넷전문은행이나 저축은행의 특판상품을 활용하면 4% 이상의 금리도 가능하다. 2025년 9월 1일부터 예금자 보호 한도가 1억원으로 상향되니 이를 활용하는 것이 좋다.
정기적금은 매월 일정액을 꾸준히 저축하는 상품으로, 시니어들의 용돈 관리에 적합하다. 월 50만원씩 12개월 적금하면 연 3.5% 금리 기준으로 약 10만원의 이자를 받을 수 있다.
CMA는 입출금이 자유로우면서도 예금보다 높은 금리를 제공한다. 급할 때 언제든 찾을 수 있어 비상자금 관리에 유용하다. 현재 CMA 금리는 연 2.3~2.5% 내외로 형성되어 있다.
둘째, 국채와 회사채로 안정성 확보
채권은 정부나 기업이 돈을 빌리면서 발행하는 증서다. 예금보다 수익률이 높으면서도 상대적으로 안전한 투자처다. 국고채는 정부가 발행하는 채권으로 안전성이 가장 높다. 3년 만기 국고채는 현재 연 2.8~3.2% 내외의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특히 물가연동국채(KTB)는 물가상승률에 따라 원금과 이자가 조정되어 인플레이션 헤지 효과가 있다.
회사채는 기업이 발행하는 채권으로 국채보다 수익률이 높다. 단, 기업의 신용등급에 따라 위험도가 달라진다. AA등급 이상의 우량 회사채를 선택하면 연 3.5~4.5%의 수익률을 얻으면서도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
채권 투자 시에는 만기까지 보유할 계획이라면 금리 변동에 크게 신경쓸 필요가 없다. 하지만 중도에 매도할 가능성이 있다면 금리 상승 시 채권 가격이 하락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셋째, 배당주로 꾸준한 현금흐름 창출
배당주는 주주에게 정기적으로 배당금을 지급하는 주식이다. 시니어들에게는 연금처럼 꾸준한 현금흐름을 제공하는 매력적인 투자처다. 특히 은퇴 후 정기적인 수입이 줄어든 상황에서 배당금은 소중한 현금흐름 원천이 될 수 있다.
안전한 배당주를 선택하는 기준은 다음과 같다. 첫째, 배당 지급 이력이 10년 이상인 기업이어야 한다. 경기가 어려워도 꾸준히 배당을 지급한 기업은 앞으로도 안정적일 가능성이 높다. 둘째, 배당성향(당기순이익 대비 배당금 비율)이 50% 이하로 안정적이어야 한다. 배당성향이 너무 높으면 지속가능성에 의문이 생긴다. 셋째, 부채비율이 낮고 현금흐름이 안정적인 기업이어야 한다.
국내 대표적인 안전 배당주로는 한국전력, KT, SK텔레콤 등 공공성이 강한 기업들이 있다. 이들 기업은 배당수익률이 3~5% 수준으로 예금보다 높으면서도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다. 최근에는 금융주들도 높은 배당수익률을 제공하고 있어 관심을 받고 있다.
해외 배당주도 고려할 만하다. 미국의 코카콜라, 존슨앤드존슨 같은 기업들은 수십 년간 배당을 늘려온 배당귀족주로 유명하다. 환율 변동 위험이 있지만 달러 자산 보유를 통한 분산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배당주 투자 시에는 분산투자가 중요하다. 한두 종목에 집중하기보다는 5~10개 종목에 나누어 투자하는 것이 안전하다. 또한 배당금 지급일을 확인해 연중 고른 현금흐름을 만들 수 있도록 구성하는 것도 좋은 전략이다. 일반적으로 국내 기업들은 연 1~2회, 미국 기업들은 분기별로 배당을 지급한다.
배당주 투자 시 주의할 점도 있다. 배당수익률만 보고 투자하면 안 된다. 주가가 많이 떨어져서 배당수익률이 높아 보이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배당소득에 대해서는 15.4%의 세금이 부과되므로 실제 수익률은 이보다 낮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넷째, 시니어 맞춤형 펀드 활용
직접 주식을 고르기 어렵다면 전문가가 운용하는 펀드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특히 시니어를 대상으로 한 보수적 펀드들이 많이 출시되어 있다. 펀드의 장점은 소액으로도 분산투자가 가능하고, 전문가의 운용 노하우를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타겟데이트펀드(TDF)는 은퇴 시점에 맞춰 자동으로 투자 비중을 조절하는 상품이다. 젊을 때는 주식 비중을 높이고, 나이가 들수록 채권 비중을 늘려 안전성을 확보한다. 현재 60세라면 TDF 2030 같은 상품을 선택하면 된다. 이런 상품들은 '글라이드패스'라는 시스템을 통해 자동으로 자산배분을 조정해주므로 관리 부담이 적다.
배당형 펀드는 배당주에 집중 투자하는 상품으로, 개별 주식 투자보다 위험이 분산되면서도 꾸준한 배당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최근 1년 수익률이 3~6% 수준인 상품들이 많다. 국내외 배당주에 분산투자하는 글로벌 배당형 펀드도 인기가 높다.
채권형 펀드는 가장 보수적인 투자 방법으로, 주식형 펀드보다 변동성이 낮으면서도 예금보다 높은 수익률을 제공한다. 단기채권형 펀드는 연 2.5%, 중장기채권형 펀드는 연 4.5%의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특히 물가연동채권 펀드는 인플레이션 헤지 효과가 있어 시니어들에게 적합하다.
최근에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펀드도 늘어나고 있다.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면서도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시니어들에게 적합한 투자처가 될 수 있다.
펀드 선택 시에는 운용 실적과 운용사의 안정성을 확인해야 한다. 또한 수수료도 중요한 고려사항이다. 온라인에서 가입하면 수수료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으므로 비교해보는 것이 좋다.권 비중을 늘려 안전성을 확보한다. 현재 60세라면 TDF 2030 같은 상품을 선택하면 된다.
배당형 펀드는 배당주에 집중 투자하는 상품으로, 개별 주식 투자보다 위험이 분산되면서도 꾸준한 배당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최근 1년 수익률이 5-8% 수준인 상품들이 많다.
채권형 펀드는 가장 보수적인 투자 방법으로, 주식형 펀드보다 변동성이 낮으면서도 예금보다 높은 수익률을 제공한다. 단기채권형 펀드는 연 3-4%, 중장기채권형 펀드는 연 4-6%의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다섯째, ISA로 세금까지 절약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는 다양한 금융상품을 하나의 계좌에서 운용할 수 있는 상품이다. 가장 큰 장점은 세제혜택이다. 시니어들에게는 단순히 투자 수익을 얻는 것을 넘어 세금 부담까지 줄일 수 있는 매력적인 투자처다.
ISA에서 발생한 수익에 대해서는 연간 200만원(서민형 400만원)까지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ISA에서 연간 300만원의 수익이 발생했다면, 200만원은 세금을 내지 않고 100만원에 대해서만 9.9%의 세율로 과세된다. 일반 계좌라면 300만원 전체에 대해 15.4%의 세금을 내야 하므로 상당한 절세 효과가 있다.
ISA는 예금, 적금, 펀드, 상장지수펀드(ETF) 등 다양한 상품을 담을 수 있어 포트폴리오 구성이 용이하다. 시니어라면 안전자산 70%, 위험자산 30% 정도로 구성하는 것이 적절하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한다면 700만원은 예금이나 채권형 펀드에, 300만원은 주식형 펀드나 ETF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ISA의 또 다른 장점은 손익통산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한 상품에서 손실이 발생하고 다른 상품에서 이익이 발생했을 때, 손실과 이익을 상계할 수 있다. 이는 세금 부담을 줄이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2024년부터는 ISA 한도가 확대되어 연간 2,000만원까지 납입할 수 있게 됐다. 또한 만기 후 연금계좌로 이체하면 추가 세제혜택도 받을 수 있어 노후준비에 더욱 유용해졌다.
ISA 가입 시에는 일반형과 서민형 중 선택해야 한다. 전년도 총급여가 5,000만원 이하거나 종합소득이 3,500만원 이하라면 서민형을 선택할 수 있고, 비과세 한도가 400만원으로 늘어난다.
위험관리가 투자의 핵심
시니어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위험관리다.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마라'는 격언처럼 분산투자가 필수다. 투자 원칙도 명확히 해야 한다. 생활비와 비상자금은 절대 투자하지 않고, 여유자금만 투자에 활용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시니어의 자산배분 전략을 살펴보면, 전체 자산을 3단계로 나누는 것이 좋다. 첫 번째는 '안전자산'으로 예금, 적금, 국채 등에 50~60%를 배분한다. 두 번째는 '안정수익 자산'으로 회사채, 배당주, 채권형 펀드 등에 30~40%를 배분한다. 세 번째는 '성장자산'으로 주식형 펀드, ETF 등에 10~20%만 배분한다.
또한 나이가 많을수록 주식 비중을 줄이고 안전자산 비중을 늘려야 한다. '100에서 나이를 뺀 만큼 주식에 투자하라'는 원칙을 참고할 만하다. 65세라면 주식 35%, 채권 65% 정도로 구성하는 것이다. 이는 나이가 들수록 투자 손실을 회복할 시간이 부족하고, 안정적인 현금흐름이 더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투자 시기도 중요하다. 한 번에 많은 돈을 투자하기보다는 분할매수를 통해 시점 위험을 줄이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한다면 한 번에 투자하지 말고 매월 100만원씩 10개월에 걸쳐 투자하는 방식이다. 이를 '달러코스트 애버리징'이라고 하는데, 가격 변동성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정기적인 포트폴리오 점검도 필요하다. 최소 1년에 한 번은 자산배분 상태를 확인하고 필요시 리밸런싱을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주식 비중을 30%로 설정했는데 주가 상승으로 40%가 됐다면, 일부를 매도해서 원래 비중으로 맞춰주는 것이다.
무엇보다 자신의 위험성향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에 맞는 투자를 해야 한다. 밤잠을 설칠 정도로 걱정된다면 그 투자는 자신에게 맞지 않는 것이다. 안전하고 꾸준한 투자가 시니어에게는 최고의 전략이다.
투자 공부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기본적인 금융상품의 특성과 위험도는 반드시 이해하고 투자해야 한다. 모르는 상품에는 절대 투자하지 말고, 이해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만 투자하는 것이 원칙이다. 또한 투자 사기나 불완전판매를 당하지 않도록 항상 주의해야 한다.
[한국시니어신문 김시우 기자] woo7@ksenior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