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된장·김치로 염증 수치가 38% 떨어졌다"
지중해식 식단이 노화 방지에 좋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올리브오일, 치즈, 와인 등은 한국인에게 익숙하지 않다. 매일 먹기에는 부담스럽고, 가격도 비싸다. 그래서 한국인에게 맞는 저속노화 식단이 개발됐다. 바로 'K-메드 식단'이다.
지중해식 식단의 핵심은 항염증 효과다. 올리브오일의 올레인산, 생선의 오메가-3, 견과류의 비타민E 등이 염증을 줄여 노화를 늦춘다. K-메드 식단은 이런 효과를 내는 한국 전통 식품들을 찾아 체계화한 것이다.
전통 발효식품의 재발견
K-메드 식단의 핵심은 한국의 전통 발효식품들이다. 된장, 김치, 청국장, 젓갈 등이 주인공이다. 이들 식품에는 지중해식 식단 못지않은 항염증, 항산화 성분이 풍부하다.
연세대 식품영양학과 연구팀이 이상지질혈증 환자 120명에게 K-메드 식단을 3개월 적용한 결과가 놀라웠다. 염증 수치(CRP)가 38% 떨어지고, 나쁜 콜레스테롤(LDL)이 29% 줄어들었다. 좋은 콜레스테롤(HDL)은 오히려 15% 증가했다.
"서구식 식단을 그대로 따라하는 것보다 우리 입맛과 체질에 맞게 변형하는 게 중요합니다. 김치, 된장 같은 전통 발효식품에는 장 건강에 좋은 유산균이 풍부해요. 특히 한국인의 장내 미생물 환경에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연구를 주도한 김나영 교수의 설명이다.
실제로 김치에서 분리한 락토바실러스 플란타룸은 서구인보다 한국인에게서 훨씬 높은 면역 증진 효과를 보였다. 수천 년간 한국인과 함께 진화해온 미생물이기 때문이다.
K-메드 식단의 구체적인 구성
K-메드 식단의 하루 메뉴를 소개해보자. 아침에는 현미밥 한 공기와 된장국 한 그릇으로 시작한다. 여기에 고등어구이 한 토막과 시금치나물, 도라지나물, 무나물 등 3가지 나물 반찬을 곁들인다. 김치는 빠질 수 없는 필수 반찬이다.
점심에는 보리밥이나 현미밥 한 공기에 미역국을 마신다. 두부조림이나 두부구이로 식물성 단백질을 보충하고, 계절 채소로 만든 반찬 2-3가지와 김치를 함께 먹는다.
저녁에는 소화가 잘 되도록 귀리죽이나 현미죽 한 그릇을 먹는다. 버섯전골이나 된장찌개로 국물을 보충하고, 견과류 한 줌과 제철 과일을 디저트로 즐긴다. 식후에는 녹차나 결명자차를 마셔 소화를 돕는다.
오후 3-4시경에는 간식으로 견과류 10-15개와 방울토마토나 블루베리 같은 항산화 과일을 먹는다. 여기에 녹차나 보이차 한 잔이면 완벽하다.
이 식단의 특징은 가공식품을 최대한 피하고, 자연 상태에 가까운 식품을 중심으로 구성한다는 점이다. 설탕, 밀가루, 트랜스지방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발효식품 속 숨은 보물들
한국의 전통 발효식품들이 저속노화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놀라운 연구 결과들이 나오고 있다.
김치의 효능부터 살펴보자. 김치에 들어있는 락토바실러스는 장내 유해균을 억제하고 면역력을 높인다. 또한 김치의 베타카로틴과 비타민C는 강력한 항산화 작용을 한다. 한국인의 위암 발생률이 예상보다 낮은 이유 중 하나로 김치의 역할이 지목되고 있다.
된장에는 더욱 놀라운 비밀이 숨어있다. 된장의 이소플라본은 여성호르몬과 유사한 작용을 해 갱년기 증상을 완화한다. 또한 된장의 펩타이드는 혈압을 낮추고 혈관 건강을 개선한다. 일본의 미소(된장)보다 한국 된장의 이소플라본 함량이 2배 이상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청국장의 파워도 무시할 수 없다. 청국장의 나토키나제는 혈전을 녹여 혈관 건강에 도움을 준다. 또한 청국장의 폴리감마글루탐산은 칼슘 흡수를 돕고 골다공증을 예방한다.
젓갈류의 효과도 주목할 만하다. 멸치젓, 새우젓 등의 젓갈류에는 DHA와 EPA가 풍부하다. 이들 성분은 뇌 건강을 지키고 염증을 줄인다.
"우리 조상들이 수천 년간 먹어온 발효식품이야말로 한국인에게 가장 적합한 저속노화 음식입니다. 서구 음식을 따라할 필요가 없어요." 한국전통음식연구소 박혜경 소장의 말이다.
바쁜 현대인을 위한 간편 K-메드
바쁜 현대인들을 위한 간편한 K-메드 식단도 개발됐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이 정희원 교수와 협업해 출시한 저속노화 간편식 5종이 대표적이다.
아침용 도시락은 현미주먹밥과 미역국, 계란찜, 김치가 들어있어 4,500원에 판매된다. 점심용 도시락은 보리밥과 된장찌개, 나물 반찬 3종, 고등어구이가 포함되어 6,800원이다. 저녁용 죽은 귀리죽과 두부구이, 김치를 넣어 3,200원에 내놓았다.
간식용으로는 견과류 믹스와 방울토마토를 조합해 2,500원에, 음료로는 무설탕 보이차와 결명자차를 각각 1,500원에 판매하고 있다.
"맛도 좋고 영양도 풍부해서 자주 사먹고 있어요. 뭔가 몸에 좋은 걸 먹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가격도 다른 편의점 도시락과 비슷한 수준이라 부담 없어요." 직장인 정모씨(32)의 후기다.
이 제품들은 출시 6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 100만 개를 돌파했다. 특히 30-40대 직장인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집에서 만드는 K-메드 한 끼
집에서도 간단히 K-메드 식단을 만들 수 있다.
15분 만에 완성하는 K-메드 아침 메뉴를 소개하면, 먼저 전날 미리 지어 냉장보관한 현미밥 한 공기를 준비한다. 인스턴트 된장국에 두부와 미역을 추가해 끓이고, 계란 한 개로 간단한 스크램블을 만든다. 마트에서 구입한 시금치나물과 김치를 곁들이고, 견과류 한 줌을 추가하면 완성이다. 총 재료비는 약 3,000원, 소요시간은 15분 정도다.
20분 만에 완성하는 K-메드 저녁도 어렵지 않다. 귀리 반 컵과 물 2컵으로 죽을 끓이는 데 10분, 두부 한 모를 팬에 구워 간장 양념하는 데 5분이 걸린다. 브로콜리와 당근을 삶아 견과류와 함께 샐러드를 만드는 데 5분이면 충분하다. 여기에 김치와 녹차를 추가하면 총 재료비 4,000원, 소요시간 20분으로 건강한 저녁 한 끼가 완성된다.
"복잡할 것 같지만 의외로 간단해요. 무엇보다 먹고 나면 속이 편하고 든든해요. 3개월째 꾸준히 하고 있는데 체중도 3kg 빠지고 피부도 좋아졌어요." K-메드 식단을 1년째 실천하고 있는 주부 한모씨(45)의 경험담이다.
K-메드 식단 실천자들의 후기
실제로 K-메드 식단을 6개월 이상 실천한 사람들의 건강 지표가 크게 개선됐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회사원 김정수씨(52)의 경우 체중이 78kg에서 72kg으로 6kg 줄었다. 콜레스테롤 수치는 245에서 198로 47mg/dl 떨어졌고, 혈압도 145/95에서 128/82로 정상 범위로 돌아왔다. 염증 수치(CRP)는 3.2에서 1.4로 56%나 감소했다.
"회사 건강검진에서 모든 수치가 정상으로 나왔어요. 의사선생님도 깜짝 놀라셨죠. 무엇보다 피로감이 확 줄었어요."
주부 박미경씨(47)도 놀라운 변화를 경험했다. 체중은 65kg에서 58kg으로 7kg 감소했고, 혈당은 110에서 95로 정상 범위로 낮아졌다. 골밀도도 -1.5에서 -0.8로 개선됐으며, 갱년기 증상도 많이 완화됐다.
"갱년기 증상이 심했는데 K-메드 식단 시작하고 많이 나아졌어요. 특히 된장, 청국장의 이소플라본 효과인 것 같아요."
다음 회에서는 돈 들이지 않고도 10년 젊어질 수 있는 생활습관의 비밀을 공개한다.
[한국시니어신문 김정운 건강전문기자] news@kseniornews.com








